the Legacy of Israel in Judah's bible (Daniel E. Fle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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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 텍스트, 특히 신명기적 역사서를
"유다왕국"에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있는 편집자에 의해서
유다왕국의 말기 혹은 유다왕국의 멸망 이후의 포로기에 완성된 것으로 파악한다면,
우리는 그 최종본이 철저히 "유다 중심의 세계관"을 반영한다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텍스트에 대한 면밀한 연구는
신명기 사가가 사용한 기본 자료가
유다 뿐 아니라 북 이스라엘 왕국의 사료 또한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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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구약 성경 텍스트에 편입되어 있는
북 이스라엘의 사료를
나머지 유다적 사료들과 분리추출해야 함을 역설한다.
그런 분리 작업을 통해서
우리는 고대 근동의 역사와 성경 텍스트가 맺고 있는
복잡 다단하고도 미묘한 그 관계에 대한 더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두 왕국의 역사적 진면목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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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향성을 가진 연구를 통해서
저자는
북 이스라엘의 정치 체계가 남 유다 왕국과
어떻게 본질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데,
시종일관 왕조 중심의 중앙 집권적 정치 철학이 지배한 유다왕국과는 달리,
북 이스라엘의 정치 체계는 고도로 분권화된 시스템이었음을 논증한다.
그리고 이런 기본적인 정서가
역사의 무대에서 어떻게 구체적인 모습으로 구현되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그의 설명은
북이스라엘의 역사를
"유다 왕국"의 시각이 아닌 3자적 시작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에
큰 도움을 준다.
특히, 그 역사의 흐름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왕조의 교체와 도읍의 이동,
그리고 수많은 정치적인 격변들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다윗-왕자들의 난-솔로몬-르호보암/여로보암"으로 연결되는 역사적 흐름을
강력한 인과적 맥락을 가지고 볼 수 있도록
유용한 분석의 틀들을 제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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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근본적인 문제를 거론해보자면,
저자는 진지한 학자답게
당연하게도
구약 텍스트가 제공하는
"사사 시대 - 통일 왕국 - 남/북의 분열 - 북왕국의 배교와 남왕국의 순결"이라는 도식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하나의 왕국이 두 개로 쪼개어져서
"하나의 민족, 분열된 두 나라"라는 상황이 펼쳐졌다는 도식은
성경이 제시하고, 많은 기독교인들이 믿고 있는 바이기는 하고,
"한 민족, 남북한"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한국사람들에겐 더더욱 그러하겠지만,
성경 텍스트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고고학적/인류학적 연구 결과는
우리가 쉽게 받아들이는 그 그림이
별로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명백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윗과 솔로몬의 역사적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미니멀리스트의 견해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윗과 솔로몬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또 다른 학자적 방향성을 탄탄하게 잘 보여준다 하겠다.
뿐만 아니라,
사울과 베냐민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설명을 접할 때엔,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무게감을 잘 느낄 수 있다.
아울러,
"12지파"라는
고도로 정치적인 아젠다를 품고 있는 역사적 발명품이
어떻게 만들어 졌고,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저자는 잘 설명해주며,
구약 성경 곳곳에서 등장하는 "지파"라는 개념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어여야 하는지,
그것이 실제 역사와 맺고 있는 관계는 무엇인지도
심도 있게 설명한다.
"지파"라는 개념어의 역사적 허구성과 의미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없게 만든다.
청동기 말기와 철기 초기 시대의 레반트 지역은
정말 흥미진진한 역사의 무대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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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이 책은
여호수아-사사기-사무엘-열왕기를
어떻게 독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꽤 영양가 있는 지침을 제공해 주는
좋은 설명서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창세기-출애굽기의 많은 텍스트에 대한 독해도
그의 렌즈를 통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