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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actly - how precision engineers created the modern world (Simon Winchester)

Labor Vita 2021. 12. 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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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말해서 "정밀 기술의 발달사"에 대한 책

 

총기류, 증기기관, 볼트/너트, 자동차, 항공기 엔진, 광학렌즈, 허블망원경, 반도체 장비

등등을 소재로 등장시켜서,

현재 문명이 어떤 경로를 밟아오면서 공업의 정밀도를 높여왔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0.1inch의 허용오차에서 0.000 1로,

거기에서 다시 0.000 01을 거쳐서 0.000 000 1로.

또 다시 0.000 000 000 1로...

 

이렇게

매 챕터가 진행될 때마다 점점 더 줄어드는 허용오차와 함께

그런 정밀도의 성취가 기반이 되어 가능케 된 다양한 제품/상품들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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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류의 책은

끊임 없이 등장하는 엄청난 양의 고유명사가

독자를 괴롭히게 되는 것이 일상인데,

이 책은 묘하게도 그런 압박이 거의 느껴지지 않으면서 흘러간다. 

그렇다고 해서, 다양한 이름들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결국 꽤 잘 쓰여진 책이라는 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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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다가

마지막 챕터에서 등장하는 "일본찬양"을 보면서

"참 뜬금 없는 일뽕이다"라고 생각했다. 

 

시계 메이커 세이코와 옻칠, 대나무 공예 등 몇몇 "인간 문화재"를 거론하며,

일본을

정교함과 정확함에 대한 전 사회적인 집착과 관심이 

완전히 성숙한 정도로 무르익은 나라로 묘사하는 내용이었다. 

 

80년대, 90년대의 한국인이라면 능히 설득될 만한 내용이겠지만,

2020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일본"이라는 나라는

"초정밀"이라는 이미지보다는

"변화를 거부하는 괴이한 과거 집착"의 나라라는 인상이 훨씬 더 강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