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us The Healer
Jesus the Healer
Stevan L. Dav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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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예수 연구의 바운더리에 들어가 있는 대부분의 학자들은 노골적이든 암시적이든, 명시적이든 함축적이든, 예수라는 이름에 "the teacher"라는 타이틀을 붙인다. 즉, 그 연구가들에게 예수는 뭔가를 가르친 사람이고, 그를 따르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제자"가 되는 것이다. 물론, 그 논리에 따르면, 예수는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전수했다.
저자는 이런 "당연함"에 의문을 표시한다. 예수가 주요한 지식과 신념체계를 가르치는 사람이었다면, 왜 대부분의 학자들이 "예수의 가르침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대체적인 동의를 끌어내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것인가라는 것이 그의 출발점이다.
역사적 예수 연구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아는 내용이겠지만, 사실 역사적 예수 연구의 영역에서 예수가 무엇을 가르쳤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상호충돌 없는 깔끔하고 체계적인 설명을 내놓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은가.
뭔가 매력적인 설명이 주어지더라도, 몇몇 본문은 쉽게 설명되지만, 또 다른 본문은 너무도 허망하게 미궁으로 빠져들고 만다. 이런 난맥상은, 결국 우리가 "두 세기가 넘는 역사적 예수 연구를 통해서 우리는 신약 성경 내외의 다양한 문헌적 자료를 통해서 예수에 대해서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식의 역설적인 결론에 봉착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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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가장 기본적인 접근은 possession/trance의 개념을 기본으로 하여, 예수의 요단강 세례와 치유 사역에 접근하며, 예수를 Faith Healer로 규정하고, 그에 따라서 그의 광범위한 사역과 그를 따랐던 자들의 활동을 통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물론, 그의 이러한 접근법을 빛나게 해주는 것은, 광범위한 문화 인류학적 연구 결과들에 대한 폭넓은 참고와 기존의 성서신학적 인식에 머물지 않는 유연성이라 하겠다.
예수의 종말론적 발언들과 윤리적인 가르침, 특이한 행적과 그의 사역이 만들어 내는 기이한 결과물들을 상당히 깔끔하게 하나의 틀로 설명한다. 게다가, 그가 제공하는 설명은 예수의 다양한 "비유"들과 "하나님 나라"라는 개념, 그리고 "사람의 아들"과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똥한 힌트를 제공해 준다.
여기에 덧붙여, 그의 설명은 복음서에 등장하는 다양한 "초자연적 사건들"에 대한 매우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공한다. 현대의 예수 연구가 거의 대부분 "기적"과 "초자연적 사건"에 대해서 일단 제쳐두고 시작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의 어프로치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가치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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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끼는 그의 설명의 최대 특징은, 공관복음서 뿐만 아니라 요한복음의 소위 "High Christology"스러운 예수의 발언을, 공관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와 상호 모순 없이 Authentic하게 예수의 것으로 귀속시킨다는 점인데, 이런 점은 일반적인 역사적 예수 연구의 결론과는 꽤나 상이한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설명체계는 꽤나 흥미롭다. 그리하여, 그의 설명체계는, 꽤나 난제로 남아 있는 공관복음서의 다양한 천국 비유뿐만 아니라,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I am.."선언의 해석에 굉장히 유용한 장치를 제공해 준다.
또한 흥미롭게 느낀점은, 저자의 시각이, 바울서신의 내용과 사동행전에 나타난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내용들을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설명으로는 이해가 쉽지 않은 다양한 구절들이 저자의 개념틀로는 큰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바울의 구원관과 그의 전도 사역, 그리고 그의 서신에 나타난 다양한 종말론적 표현들의 참된 의미가, Davies의 설명을 통해서 상당부분 명확히 드러나고,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성립과 3~4세대 기독교인들이 Christ Cult를 기독교로 변모시켜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설명의 틀을 제공한다.
특히, 오순절 사건의 기원과 그것의 발전/변모의 상황들, 그리고 후대 저술가들에 의한 오순절 사건 기록의 방향성과 특징을 이해하는 데에, 그의 설명은 매우 유용하다. 또한, 부활 신앙과 "고난당한 메시아"라는 개념의 이해의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서, 그의 접그넙을 통해,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이해에 대한 닫혔던 문이 열리는 느낌이다.
Q복음서와 도마 복음서에 담겨있는 상이한 예수 전승에 대해서, 양자택일적 입장을 취하지 않고, "둘 다"를 수용하는 논리를 제시하는 것도 깨알 같은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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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an이나 Sander류의, 널리 인정받고 논의되는 주류적인 연구 이외에도, 내가 예상치 못했던 훌륭한 insight들이 꽤나 폭넓게 존재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학자들의 연구들을 부지런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한 번도 깊이 고려해보지 못한 가설을 처음 접하고, 성경을 보는 눈이 크게 열리는 체험을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평생을 바쳐서 예수와 초기 기독교 교회를 연구하는 많은 분들에게 우리는 큰 빚을 지고 있다. 너무나 감사한 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