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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s, Madmen, and Prophets - Hearing Voices and the Borders of Sanity (Daniel B. Smith)

Labor Vita 2023. 4. 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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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다는 느낌을 주는 책은

대략 3종류의 저자에게서 나온다.

  * 직접 경험자

  * 학자

  * 저널리스트 혹은 전문 작가

 

감동과 울림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직접 경험자"의 목소리이고,

 

엄밀성과 정확성, 그리고 영양가라는 측면에서

가장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히 "학자"의 책이다. 

 

다시 말해서,

저널리스트나 전문 작가가 쓴 책들은

  - 학문적 성과나 독창성의 측면에서는 학자에게 뒤지고

  - 감동과 울림, 설득력과 여운이라는 측면에서는 직접 경험자에게 뒤지니

결국 최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마이너 급의 선수 같은 존재라는 말이 되겠다. 

 

하지만, 이를 또 뒤집어 생각해보면,

어느 특정 영역에서 최고가 되지 못하는 대신,

모든 면에서 두루두루 크게 처지지 않는 퀄리티를 보여준다고 생각해도 되겠으니,

어찌보면, 책을 읽는 입장에서는 꽤나 "안전한" 대상이기도 하다. 

 

최고의 대박을 바랄 수는 없지만,

보장된 성과는 일정 부분 보여준다는 뜻이다. 

 

여는 말이 좀 길어지긴 했는데,

이 책이 딱 그런 성격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저널리스트가 쓴 책은

삶을 바꿔주고, 시각과 관점을 새롭게 세팅하는 경우는 다소 드물겠지만,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일도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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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사람으로 부터 나온 것이 아닌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

이 책은 그 "목소리"를 듣는 것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사회적 의미를 추적하는 책이다. 

 

현대에는 간단히 "환청"이라는 말로 정의하고 끝날 수 있는 그 현상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은

 

 -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종교"로 여기고 있는 기독교가

      바울이 어느날 길에서 들은 "목소리"에 의해서 시작되었다는 점

 

 - 현대의 지정학을 말할에 있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슬람이라는 현상이

      무함마드가 홀연히 듣고 이끌린 "목소리"에 의해서 시작되었다는 점 등을

 

생각해보면 분명해진다. 

 

뿐만 아니라,

아브라함과 모세, 히브리의 수많은 선지자들의 존재에서

가장 핵심적인 충추를 차지하고 있는 체험이 바로

"들음"에서 기인한다는 점,

 

믿음이 "들음"에서 난다는 신약 텍스트의 언급,

 

몰몬을 비롯한 수많은 종교 현상들의 시작점에

반드시 그런 "목소리"의 존재가 굳게 자리잡고 있다는 점,

 

심지어, 이성과 논리를 대변하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일대기에서 조차도

"다이모니온"의 존재가 결코 지워질 수 없다는 점,

 

현재의 영국과 프랑스를 만들어낸 100년 전쟁의 와중에서

잔다르크가 등장하여 전세를 뒤집는 과정에서

"목소리"가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에 대한 고찰에서도

 

이 "목소리"의 중요성은 두드러지게 노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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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커버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어가면서

"종교"적인 사고를 진행하는 것도 재미나고,

 

종교과는 무관한 "역사/사회"적 흐름을

그 "목소리"와 연결지어 생각해보는 과정도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왔던 점은

Julian Jaynes의

"The Origin of Consciousness in the Breakdown of the Bicameral Mind"가

지속적으로 언급된다는 점이었다.

 

Jaynes의 기념비적인 이 책을 처음 펼쳐 읽었을 때의 임팩트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선명함으로 내게 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데,

그 임팩트가 비단 나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이 주제를 다루고 있는 다양한 책들이

지속적으로 Jaynes를 등장시킨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