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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차는걸 깜빡 잊었다. 그렇게 하루종일 책상에 놓여있던 내 시계의 바늘은 하루 일을 끝냈을 땐 이미 우두커니 멈춰있었다. 빈약한 용량의 단순한 태엽 뿐, 파워리저브라 할 만한 것이 거의 갖춰져 있지 않은 저가형/보급형이니, 딱 하루를 놔두어도 여지없다. 매일매일 열심히 흔들어줘야 하는 녀석이다. 불편이라면 불편이라 하겠지만, 그것이 또한 재미다. 뭐랄까... 나랑 피드백을 주고 받는 느낌이 확연하다고나 할까. 여튼 여러가지 의미에서 정이 가는 시계다. 예전에 당연한듯 차고 다니던 스위스산 기계식 시계와는 확연히 다른 의미가 있다.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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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옆구리 통증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이젠 별로 낯설 것도 없는지라, 물 한 사발 벌컥벌컥 마시고, 화장실로 가서 혹시 다른 뭔가가 더 느껴질까 신경쓰면서 볼일을 봤다. 2년에 한 번이라 생각하면, 이미 타이밍을 훌쩍 넘긴 녀석이다.
제 날짜에 터지지 않은 달거리를 기라디는 맘으로, 오늘도 말썽꾸러기 꼬마가 혹시 나오려나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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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많던 두 회사의 합병안이 가결되었다는 소식이다. 불과 2.86%의 아슬아슬한 차이로 두 회사의 합병이 겨우 성사되어, 병상에 있는 그 할아버지는 이제 비로소 저 세상으로 갈 준비를 끝낸 셈인데,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합병이 성사되었다고 떠들썩하게 떠들고 있다. 우리 언론의 씁쓸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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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의 급격한 붕괴 이후, 일본의 장기 불황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프리타'니 '니트'니 '사토리세대'니 하는 말들을 처음 들었다. 벌써 10년도 넘은 일이다. 그런 말들을 딴 나라 이야기로 접할 때에는 추상적이고 별 느낌이 없었는데, 그런 현상들이 당연한 듯 우리의 일상이 되어있는 요즘엔 저런 용어들을 접하는 마음이 가볍지가 않다. 내게 특히 큰 울림을 가지고 있는 용어는 "사토리"
큰 야망과 꿈, 그리고 목표를 내려놓고 일상의 삶에 다만 만족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들. 특히, 다른 형태의 삶을 체험해 보지 못하고, 다만 지금과 같은 "포기"의 삶만 아는 요즘의 20대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겪은 20대와 너무도 다른 모습에 깜짝 놀라게 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우리가 오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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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라, 일이 격하게 많았다. 아침 9시 반부터 시작해서 장장 14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변변한 휴식 시간 없이 열심히 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