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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는 달리, 좋은 학술서의 기본요건은 명확성이다.
글쓴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분명하게 전달되지 못하면, 학술서는 그 존재의 의미가 없다.
읽는 이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는 건,
문학 작품이 가질 수 있는 특징이지, 학술서의 덕목은 아니다.
그래서, 좋은 학술서는 제목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말을 정확하고 깔끔하게 전달한다.
이 책 또한 그러하다.
제목이 이 책을 정확히 말해주고 있다.
원시 기독교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는 것이다.
저자는 1세대 기독교의 탄생-성장-발전에 대해서
다양하게 파악하고, 세밀하게 설명하고, 이론적으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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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종교"를 "복합적인 기호 체계"라고 파악하고, 그것에 맞춰서
1세대 기독교에 대한 분석과 해설을 시도한다.
'기호 체계 - semiotic system'이라는 말이 좀 모호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용어 대신에 종교를 "언어"에 빗대어 설명한다고 하면 좀 더 깔끔한 이해가 가능하겠다.
기본적인 어휘가 있고,
그런 어휘들을 엮어서 문장으로 만드는 법칙, 즉 문법 체계가 존재하며,
그렇게 어휘와 문법을 이용해서 무한대의 문장을 만들어서 다양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언어인데,
종교가 바로 그런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어휘 vocabulary/words" "문법 grammar"라는 용어를
일관되고 반복되게 사용하지는 않고,
그 대신 "axiom"과 "basic motif"라는 개념을 통해서 "1세대 기독교라는 종교적 기호 체계"를 설명한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보면,
종교 일반에 대한 정리가 깔끔하게 이루어질 뿐더러,
초기 기독교에 대한 탄탄한 정리를 얻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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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언어"를 엮는 유비는 여러 측면에서 유용하다.
특히,
모어 mother language에서 특정 방언 daughter language이 서서히 분화를 이루어
결국 독립적인 언어로 성립해 가는 과정처럼,
유대교의 혁신 운동을 활발히 벌인 유대교의 한 분파에서 시작한 Jesus Movement가
결국 하나의 다른 종교로 성립해 가는 과정에 대해서
저자는 '큰 그림'을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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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큰 그림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내가 주목한 부분은,
첫째로,
강력한 유일신 사상이 확립된 제2성전기 유대교의 토양에서
어떻게 예수의 신격화가 가능했는가에 대한 저자의 설명
둘째로,
바울서신에서 나타나는 역사적 예수에 대한 바울의 철저한 무관심과 무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설명
세째로,
초기 기독교의 다원성에 대한 저자의 깔끔한 정리
네째로,
신약 성경의 성립 과정을
다원성의 수용과 "초기 기독교의 원시성의 종료"라고 해석한 부분
등등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