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글솜씨/말솜씨가 어딜 가겠는가.

Michael Pollan이 쓴 책이라 안심이다.

 

괜히 읽기 아까워서,

몇 년을 "보관함"에 넣어두고 미루고 있었다가,

드디어 펼쳤다.

 

저자가 자신의 텃밭에서 직접 키운 적이 있는 4가지 작물,

사과, 튤립, 대마, 감자에 대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주 잘 쓰여진 page turne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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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언어가 주어와 목적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쉽사리 "인간이 튤립을 길들였다"고 얘기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주어와 목적어의 이러한 이분법은

온전한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꿀벌이 아카시아를 길들인 것인가, 아카시아가 꿀벌을 길들인 것인가?

둘 다 맞는 말이다. 

 

"인간이 감자를 길들였다"는 차원이 아니라

"감자가 인간을 길들였다"는 차원에서도 한 번 보자는 입장이다. 

 

주어와 목적어가 상호 교환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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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식물/작물]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 보면,

기실 "인간의 본질과 사회의 본질"에 대해서 논한다. 

 

[사과]를 통해서는

2-300년 여년 전의 북미 대륙의 생활과

'술과 금주령 시대'라는 주제에 대해서 탐구할 수 있고,

 

[튤립]의 이야기로는

금욕적 프로테스탄트가 주류를 이룬 14-6세기 네덜란드와

'초기 자본주의 역사'를 읽어낼 수 있으며,

 

[대마]에 대한 설명 속에선

'중독'의 매커니즘이 진화 생물학 및 심리학과 절묘하게 엮여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고,

 

[감자]에 관한 보고서와 더불어

'곡물 매이저'와 'GMO'라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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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시우스적인 세계와 아폴로적인 세계를 끊임 없이 오가면서 

저자가 능숙하게 풀어내는 갖가지 흥미로운 이야기의 흐름에 올라타 있노라면,

어느샌가 에필로그에 도착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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