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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 시간 "읽을 책" 목록에 자리잡고 있던
How Buddhism Began을 드디어 펼쳐서 읽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불교 철학에 대한 책을 소화하는 내 모습은
거의 비슷하게 흘러간다.
큰 기대를 가지고 부푼 맘으로 시작했다가
내 역량의 부족을 절감하며
좌절하면서 끝.
공부 좀 제대로 하고, 잘 준비해서
다음엔 불교에 대한 책들도
제발 좀 소화를 잘 해보자라는 다짐.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를
눈꼽 만큼 만이라도 좀 할 줄 안다면
불교에 대한 책들을
얼마나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까... 라는
까막눈의 말도 안 되는 공상적 바람.
하지만,
사실 크게 달라지는 것 없이
다음에도 비슷한 돌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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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불교의 헝성에 대한 몇 개의 강의를 엮어서
책의 형식으로 출간한 것이라,
좀 쉬운 접근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시작했는데,
단순해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일반인을 위한 입문서적인 성격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대놓고 너무도 학술적(!!!)인 책이다.
기본적인 소개와 안내는 전혀 기대할 수 없고,
그냥 본격적으로
Pali 경전에 대한 매우 상세한 주해와 논지 전개로 가득한 책인데,
팔리어를 못알아 듣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불교의 용어 조차도 숙지를 못하고 있으니,
아카데믹한 논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한글과 한자로 표현되어 있는 전통적인 불교 용어도 잘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데,
로마자로 설명되는 팔리어 경전의 논의를 어떻게 따라 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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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평소처럼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었다는 점에서 보면
예전보다는 조금 더 나아졌다 할 수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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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굴마라를 다루고 있는 경전의 번역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마지막 쳅터는 그나마 좀 쉽고,
성서 사본학과 빗대어 읽고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인지라,
상당히 재미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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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저자의 주된 논지는
"불교"라는 체계가
당시의 주류적 우파니샤드 사상 체계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성립하고 진화/발전하였으므로,
그런 "논쟁적 대립"이라는 키워드를 놓치지 않아야
불교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 점.
브라흐만적 논리를 잘 이해하는 것은
불교의 이해에 매우 긴요한 초석이 된다는 점.
그리고
"극단적 문자주의"의 성향이
종교의 발전과 진화의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주목함으로써
우리가 불교가 밟아온 역사적 흐름을 잘 이해할 수 있는 해석의 틀을 갖게 된다는 점.
등이다.
특히 literalism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너무도 유용하고 소중한 인싸이트를 제공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