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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냉장고, 침대, 책상을 옮겼다. 다른 것들은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 냉장고가 워낙 한 덩치 하는 관계로, 혼자서 옮기기를 포기하고, 용달차를 불러 1톤 트럭 뒤칸에 넣어서 옮겼다. 


두 명이서 하기에 만만치 않은 일감을 계단을 오르내리며 처리하면서, 용달차 기사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내가 평소의 일상 속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사회적 배경에 속한 사람과의 대화라 그런지, 적지 않은 생각거리들에 노출되는 의미있고 유익한 경험이었다. 


작업 말미에, 그 용달차 기사가 나에게 "뭐하시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쪽도 돈 많이 못 버시나봐요?"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사는게 뭐 다 그렇죠. 쉬운게 있습디까?"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요즘 세상에,  살림살이들이 죄다 중고 물품이고, 이사 전문가의 서비스에 맡기지 않고, 자기 손으로 짐정리 하고, 물건 나르고, 용달차 불러서 일처리 하는 나를 보면서, 이 기사도 좀 측은한 구석이 있었나보다.  


급기야, 냉장고 분해-조립하고, 세탁기 세팅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사가 "뭐 하시는 분이세요?"라고 묻기도 했다는...


여튼, "물건 옮기기"라는 큰 짐 하나를 덜어서, 가벼운 마음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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