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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점점 그 역할과 존재감을 상실해 가고 있는 이 시대에,
과연 그 원인은 무엇이며,
교회는 그 거대한 현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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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믹한 글을 기대하면, 만족을 줄 수 없는 책이다.
사회학적인 술어와 개념들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목회자에 의해서 쓰여진 책답게,
"교회의 언어"로 쓰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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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대부분의 사회학자들이나 교회학자들과 일치되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를
조직/권위/진리의 존재가 의문의 대상이 되고
개인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최상의 가치가 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는
주술과 토착신의 영향력에 사로잡혀 있는 환경을
"제1문화"라고 지칭하고,
기독교의 유일신 체계와 교회의 영향력에 근거해 있는 환경을 "제2문화"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탈권위/탈조직"의 개인주의 환경을 "제3문화"라고 명명한다.
지금까지의 선교의 패러다임은 "제2문화"가 "제1문화"를 점령하고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었고,
이러한 "승리"에만 적응되어 있는 교회는
"제3문화"가 "제2문화"를 압도하며,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패퇴하고 있다고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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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교회의 패배와 수축의 와중에
교회가 과연 어떤 스탠스를 취하여,
다시 한 번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
저자는 예수의 가르침에 집중하여, 예수를 닮아가는 삶을 추구하고,
제도로서의 교회가 그 존재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부흥과 재생을 경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렇게 단순하게 대안이 제시되는 것은 아니고,
꽤나 깊은 고민의 결과가 다양한 논리를 통해서 설명된다.
하지만, 그의 대안은 "정석"에 집중한다.
말하자면,
지극히 "원론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사실, 이런 원론적인 대답이 아닌 "신박하고 근사한 대안"이 제시된다면,
그것은 거짓일 가능성이 농후하지 않겠는가?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베네딕토 수도원 운동, 이그나티우스, 칼뱅의 삶을 통해
그는 교회가 어떻게 예수의 길을 따라가며, 회복될 수 있는지를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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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
책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논리중 하나가
현대 사회의 탈권위/개인주의적 성향과 만족의 추구, 반제도적 취향을
"영지주의"와 연결짓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다양한 "병폐"를 "영지주의의 현대판"이라고 그는 지속적으로 설명한다.
파편화되고, 개인을 하나님의 자리에 놓는 극단적인 자기 중심주의가
"영지주의"와 동치로 파악될 수 있다는 등식은
이 책의 근저에 깔려있는
매우 중요한 지반이 되고 있다.
아카데믹한 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지주의"라는 술어를 이런식으로 사용하는 저자의 논지엔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프로파간다적인 힘을 위해서야 이런 식의 용법이 강력할 수 있겠으나,
과연 현대 사회를 "영지주의적"이라고 풀어내는 그의 어프로치가
과연 교회의 회복과 부흥에 무슨 도움이 되겠으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냥 담백하게 설명하는 것이 더 높은 설득력을 발휘했을 것이란 인상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