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helf 16,15
- 한일 100년사 - 와다 하루키 2016.02.21
- Innovation 2016.02.20
- Jesus The Healer 2016.02.14
-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2016.02.10
- 2016 이상문학상 작품집 : 천국의 문 - 김경욱 2016.02.10
- Brain Rules 2016.02.06
- Heirs of Paul 2016.01.25
- the Myth of Persecution 2016.01.20
- Sapiens 2016.01.13
- 역사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 2016.01.09
한일 100년사 - 와다 하루키
Innovation
Innovation
a Very Short Introduction
Mark Dodgson & David Gann
제목에 혹해서 냅다 집었는데, 막상 펼치고 보니 예상했던 것과는 좀 다르다.
사회학 혹은 역사학적인 시각을 가지고 쓰여진 책이 아니고, 기업과 "경영/기술/제품"의 혁신에 대해서 기술되어 있는, 다소 "경영학"에 가까운 어프로치이기 때문이다.
Wedgwood, Schumpeter, Edison 등등 대량 생산과 거대 기업의 시대를 개척한 유명 인물들이 그려지고 있고, IBM등의 기업이 등장하는 책이다.
Jesus The Healer
Jesus the Healer
Stevan L. Davies
@
역사적 예수 연구의 바운더리에 들어가 있는 대부분의 학자들은 노골적이든 암시적이든, 명시적이든 함축적이든, 예수라는 이름에 "the teacher"라는 타이틀을 붙인다. 즉, 그 연구가들에게 예수는 뭔가를 가르친 사람이고, 그를 따르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제자"가 되는 것이다. 물론, 그 논리에 따르면, 예수는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전수했다.
저자는 이런 "당연함"에 의문을 표시한다. 예수가 주요한 지식과 신념체계를 가르치는 사람이었다면, 왜 대부분의 학자들이 "예수의 가르침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대체적인 동의를 끌어내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것인가라는 것이 그의 출발점이다.
역사적 예수 연구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아는 내용이겠지만, 사실 역사적 예수 연구의 영역에서 예수가 무엇을 가르쳤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상호충돌 없는 깔끔하고 체계적인 설명을 내놓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은가.
뭔가 매력적인 설명이 주어지더라도, 몇몇 본문은 쉽게 설명되지만, 또 다른 본문은 너무도 허망하게 미궁으로 빠져들고 만다. 이런 난맥상은, 결국 우리가 "두 세기가 넘는 역사적 예수 연구를 통해서 우리는 신약 성경 내외의 다양한 문헌적 자료를 통해서 예수에 대해서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식의 역설적인 결론에 봉착하게 만든다.
@
저자의 가장 기본적인 접근은 possession/trance의 개념을 기본으로 하여, 예수의 요단강 세례와 치유 사역에 접근하며, 예수를 Faith Healer로 규정하고, 그에 따라서 그의 광범위한 사역과 그를 따랐던 자들의 활동을 통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물론, 그의 이러한 접근법을 빛나게 해주는 것은, 광범위한 문화 인류학적 연구 결과들에 대한 폭넓은 참고와 기존의 성서신학적 인식에 머물지 않는 유연성이라 하겠다.
예수의 종말론적 발언들과 윤리적인 가르침, 특이한 행적과 그의 사역이 만들어 내는 기이한 결과물들을 상당히 깔끔하게 하나의 틀로 설명한다. 게다가, 그가 제공하는 설명은 예수의 다양한 "비유"들과 "하나님 나라"라는 개념, 그리고 "사람의 아들"과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똥한 힌트를 제공해 준다.
여기에 덧붙여, 그의 설명은 복음서에 등장하는 다양한 "초자연적 사건들"에 대한 매우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공한다. 현대의 예수 연구가 거의 대부분 "기적"과 "초자연적 사건"에 대해서 일단 제쳐두고 시작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의 어프로치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가치를 알 수 있다.
@
내가 느끼는 그의 설명의 최대 특징은, 공관복음서 뿐만 아니라 요한복음의 소위 "High Christology"스러운 예수의 발언을, 공관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와 상호 모순 없이 Authentic하게 예수의 것으로 귀속시킨다는 점인데, 이런 점은 일반적인 역사적 예수 연구의 결론과는 꽤나 상이한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설명체계는 꽤나 흥미롭다. 그리하여, 그의 설명체계는, 꽤나 난제로 남아 있는 공관복음서의 다양한 천국 비유뿐만 아니라,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I am.."선언의 해석에 굉장히 유용한 장치를 제공해 준다.
또한 흥미롭게 느낀점은, 저자의 시각이, 바울서신의 내용과 사동행전에 나타난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내용들을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설명으로는 이해가 쉽지 않은 다양한 구절들이 저자의 개념틀로는 큰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바울의 구원관과 그의 전도 사역, 그리고 그의 서신에 나타난 다양한 종말론적 표현들의 참된 의미가, Davies의 설명을 통해서 상당부분 명확히 드러나고,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성립과 3~4세대 기독교인들이 Christ Cult를 기독교로 변모시켜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설명의 틀을 제공한다.
특히, 오순절 사건의 기원과 그것의 발전/변모의 상황들, 그리고 후대 저술가들에 의한 오순절 사건 기록의 방향성과 특징을 이해하는 데에, 그의 설명은 매우 유용하다. 또한, 부활 신앙과 "고난당한 메시아"라는 개념의 이해의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서, 그의 접그넙을 통해,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이해에 대한 닫혔던 문이 열리는 느낌이다.
Q복음서와 도마 복음서에 담겨있는 상이한 예수 전승에 대해서, 양자택일적 입장을 취하지 않고, "둘 다"를 수용하는 논리를 제시하는 것도 깨알 같은 재미.
@
Crossan이나 Sander류의, 널리 인정받고 논의되는 주류적인 연구 이외에도, 내가 예상치 못했던 훌륭한 insight들이 꽤나 폭넓게 존재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학자들의 연구들을 부지런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한 번도 깊이 고려해보지 못한 가설을 처음 접하고, 성경을 보는 눈이 크게 열리는 체험을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평생을 바쳐서 예수와 초기 기독교 교회를 연구하는 많은 분들에게 우리는 큰 빚을 지고 있다. 너무나 감사한 분들이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사사키 후미오의 "미니멀리즘"에 대해서, EBS의 한 다큐를 통해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결국 이렇게 책까지 사서 읽었다.
나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의 삶처럼, 대부분의 물건을 버리며 살 수는 없어도, 그가 전하려 했던 핵심적인 메시지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조금씩 그의 삶을 닮고 싶기도 하다.)
물건을 통해서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 보이려하는 것이 얼마나 무익한 것인지, 뭔가를 소유함을 통해서 행복을 담보하려는 행위가 얼마나 반대의 효과를 만들어 내는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내 삶 속에서 작은 실천거리들을 찾아 실행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2016 이상문학상 작품집 : 천국의 문 - 김경욱
@
몇 년간의 새로움을 뒤로 하고, 다시 예전의 표지 디자인을 계승한 2016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이다. 화이트톤의 새 컨셉이 몇 년이 지나도 계속 어색하더니...
여튼 1년에 한 권씩 접하는 이상문학상의 존재가 참으로 감사하다. 이런 훌륭한 기획이 우리 출판계에 더 많아지면 좋겠다.
@
다양한 작품 속에서 "황당한 대한민국의 슬픈 초상"이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되고 있다. 서글프다.
Brain Rules
Brain Rules
12 Principles for Surviving and Thriving
at Work, Home and School
John Medina
Heirs of Paul
Heirs of Paul
Their Legacy in the NT and the Church today
J. Christiaan Beker
@
디모데전후서, 디도서, 에베소서, 골로새서, 데살로니가후서 등 바울의 이름으로 위조되어 있는 신약성서의 서신서 (pseudo Pauline epistles) 뿐만 아니라, 바울을 그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 사도행전까지 아울러서 다루고 있는 책.
바울의 신학과, 그 이후 세대 저술가들의 바울에 대한 "해석과 적용"을 면밀히 추적하고 상호 대조함으로써, 바울 복음의 전통과 후대에 의한 그것의 적용/해석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
"위조서신"들이 바울의 저작이 아니기 때문에 그 가치를 낮추어 잡는 일반적인 현대신학의 접근법과는 달리, 저자는 그러한 위조서신들을 통해서 현대의 교회가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저자에 의하면, 바울 이후 세대가 바울의 신학과 사상을, 바을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자신이 속한 시대적 환경이 제공하는 특유한 문제에 적용하고 재해석한 결과물이 바로 "위조서신"들이기 때문에, 각 서신들이 바울을 다루고 있는 방식과 재해석의 결과물은 그 자체로 다양한 힌트를 우리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목회서진과 골로새-에배소와 데살로니가후서가 각각 보여주는 각각의 독특한 "바울"은 각 공동체가 처한 상황에 대한 역동적인 대응으로 보아야 한다. 특히, 종말론적 사유로 인한 "긴박감"이 제거된 후대의 공동체들이 바울을 재해석하여 생명력을 부여하는 방식은 보석으로 가득한 상자라 할 수 있다.
@
바울 특유의 시간적-수평적 에스카톨로지가 후대 교회에 의해서 공간적-수직적 에스카톨로지로 변형된 부분을 보면서, 예수와 바울 종교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에서 떠난 것으로 판단하여, 그것을 "별 의미 없는 것으로 여기는" 태도가 사실 나의 입장에 상당히 가깝기 때문에, 그러한 시각에서 벗어나서 더 넓은 의미를 찾아야 함을 역설하는 이 책의 어프로치가 내겐 꽤나 즐거운 탐구였다.
"위조서신들은 현대의 교회에게 무슨 교훈을 주는가?"라는 질문을 놓치지 않고, 차근차근 읽어간다면, 참으로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
근육을 써서 운동을 하는 행위가 큰 즐거움을 주는 것처럼 "뇌근육"을 써서 "두뇌" 운동을 하는 행위도 못지 않은 큰 즐거움을 준다.
the Myth of Persecution
The Myth of Persecution
How Early Christians invented a story of martyrdom
Candida Moss
@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인 "로마 제국에 의해서 갖가지 고난과 박해를 당한 기독교인들"이라는 그림이 과연 역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를 탐구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그러한 우리의 "상식"은 역사적인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다양한 동기에 의해서 편집되고, 추가되고, 왜곡된 내러티브들이 축적된 결과, 우리는 로마 황제의 권력에 의해서 탄압받는 기독교 교회라는 잘못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
잘못된 관념의 형성과 관련해서, "유세비우스 교회사"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매우 영양가 있고, 초대 교회의 갖가지 정황 뿐 아니라, 중세를 지나가는 과정을 두루두루 훑어주는 저자의 서술은 아주 유익하다.
또한, 지역적 이익의 추구를 위해서, 성인숭배/성물숭배가 어떻게 창작되고, 조장되고, 널리 퍼뜨려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박해"와 "순교자"라는 장치가 어떻게 이용되고, 확대 재생산되는지도 흥미진진하게 서술되고 있다.
@
무엇보다도 이 책의 유익한 점은, 그런 잘못된 상식이 단순히 지식/인식의 문제에 머물리 않고, 결국 현재의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는 부분에 있다.
그릇된 "박해" "순교"와 같은 개념은 결국 상대를 타자화 시키고, 흑백논리적인 이분법이 가능한 토양이 되기에, 우리의 삶에서 그런 잘못된 개념은 결국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박해"와 "순교"라는 렌즈 없이, 기독교 역사와 우리 현재의 종교 지형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Sapiens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
Yuval Noah Harari
@
입이 쩌억 벌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책을, 생생한 흥분감과 호기심으로, 전혀 지루함 없이 읽었다.
올 한 해가 끝나고, 한 해를 뒤돌아보면서 "올해의 책" 세 권을 꼽는다면, 거기에 반드시 이 책이 들어갈 것 같다는 느낌이다. 책꽂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꽤 오랫동안 많은 자극을 줄 것 같다. 두고두고 여러 번 읽어도 좋은 책이다.
@
그런 용어가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이 책의 장르를 정의하라고 한다면 "Mega History"라고 이름 붙이면 딱 맞을 것 같다. 개별 사건들이나 인물들을 기술하기 보다는,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가 어디로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제공한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정말로 잘 정리해 놓았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균형잡히고도 정확한 서술이 꽤나 가치있다. 저자의 곁에서 각 분야에 대해서 조언을 아끼지 않은, 여러 전문가들도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인지 혁명"이나 "돈-제국-보편종교"에 대한 설명에서는, 정말로 그의 혜안에 무릎을 치게 된다. Jared Diamond가 한 명 더 등장한 느낌도 있다.
@
이 책의 저자 Harari의 책들을 좀 더 사서 읽어봐야겠다. 그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그의 책을 통해서,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고 정리되는 경험이 즐겁다는 점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